지나간 날들과 앞으로의 날들 내면일기

극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만나고 또 잃은 사람들을 기억한다.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영화도 만났지만 사람을 만난 것으로 기억하는 날들이다. 어떤 것은 오래 이어지진 못했고, 받은 것은 갚지 못했다. 잃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남아있는 사람들과 깊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러저러한 것들을 시도했다. 생업이 아닌 오직 즐거움을 위한 일들을 여럿 만났다. 대부분은 오래 하지는 못했고, 방구석에 쳐박아둔 것들도 있지만, 지금까지 소소한 기쁨으로 남은 것들도 있다. 한두 가지는 앞으로 십년의 즐거움으로 삼고 싶다. 

글쓰기가 뜸해졌다. 꽤 긴 글들을 남겼던 공간들이나조차 서먹해질 정도로 여백이 많았다. 무언가를, 계속 써야만 한다. 

작은 인연을 만들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바보스러울 정도로 사람의 온기를 기다리는 길의 생명체를 만났다. 나는 조금의 관심를 나누어 주었을 뿐인데, 마음에 남는 따스한 온기라는 큰 선물을 받고 있다. 고마웠고, 따듯했다. 

관계를 아름답게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가족과의 관계는 좀더 투명해졌고, 오랜 친구들은 겨울 낙엽처럼 자연스레 떨어지기도 했다. 새순이 나오는 일은 드물었다. 오랜 인연은 괴로운 시간도 많았으나, 반짝이는 짧은 순간들은 아직 남아있다. 남아있는 사소한 순간들을 보듬고 아껴야겠다. 

많이 버렸으나 아직 남아있는 것들이 무겁다. 몸도 마음도 짓눌려 있지 않도록 더 많이 버리고 좀더 가벼워져야겠다. 

혼자 무언가를 계획했지만 하지 못한 일들이 많았다. 혼자 하는 배움, 혼자 하는 여행을 조금씩 미뤄버렸다. 독립했지만 아직 불안해했고, 남들이 하는 걱정을 어느 새 내가 하고 있었다. 괜찮다고 하면서도, 남과 같지 않은 삶에 불안해했다. 혼자,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할 길을, 불안해하지 않고 그럭저럭 잘 살아내고 싶다. 좋은 책을 보고, 마음에 오래 남는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새로움에 감사하는 날들, 고양이와 식물과 볕이 잘 드는 창가를 가꾸며, 조금씩 배워 나가며 단단해지는 하루하루를 쌓아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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